틀린 게 아녜요, 다른 거예요!     다름을 인정하는 조화로운 삶   가정통신문을 들고 “집에 가서 부모님께 보여드리세요”라고 하는 순간한 아이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이내 대성통곡으로 변했습니다. 그제야 선생님은 무언가에 세게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무 말 없이 아이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안아주었습니다. 한참 후에야 아이의 입을 통해, 부모님이 부재한 가정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무심결에 썼던, 대다수 사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님’이란 낱말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 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전에 단어 선택에서도 좀 더 조심하게 되고, 혹시 다른 낱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음악 소리만 들으면 괴성을 지르고 발을 동동 구르며 우는 경준이. 엄마는 도대체 아들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노래를 좋아하는 엄마에게 하나뿐인 아들은 노래를 싫어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엄마의 눈엣가시입니다. 음악을 감상할 줄 모른다며, 아들을 숱하게 혼내기도 했습니다.         우연히 눈에 번쩍 띄는 책을 발견한 경준이 엄마. 평생 열지 못할 것 같은 자물통의 열쇠를 찾은 기분이었습니다.‘음악 소리에 들리는 기계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린다. 그건 죽음과도 같은 공포 그 자체이다.’ 경준이처럼 음악을 싫어하는 작가의 글을 읽은 엄마는 온몸에 힘이 쭉 빠졌습니다. 내게는 달콤한 휴식 같은 음악이 아들에게는 죽음과도 같이 소름 끼치는 소리였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한동안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자식의 아픔을 함께하지 못하고, 눈높이를 맞출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에게 굴복시키려고만 했던 스스로가 몹시도 미워졌던 것입니다.           가벼운 깃털 같은 감촉은 어떤 사람에게는 유쾌하고 즐거운 느낌을 주지만, 햇볕에 탄 피부를 사포로 문지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진공청소기의 소음을 평범하거나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마치 화산이 방에서 폭발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입고 상처 입히기도 합니다. 그것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나와 같은 방식과 사고를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름은 얼굴 생김새가 다르듯 마음 생김새가 다른 것일 뿐, 나쁜 것도 그른 것도 아닙니다.     어릴 적에 크레파스와 색연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살색’이란낱말이 이제는 ‘살구색’으로 불리는 것처럼, 서로의 다양성과차이점을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글·김청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