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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새겨놓은 마지막 잎새
vol.5  |  February, 2016  |  조회수 2,445  |  댓글 0
          엄마는 두 개의 세상을 가진 듯했습니다. 작은 북소리 같은 심장 고동 소리는 꼭 “엄마, 우리 여기 있어요”하며 옹알대는 아이들의 말소리 같이 들렸습니다. 좁은 엄마의 뱃속에서 서로의 이마를 맞대고 꼼지락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험한 세상도 둘이여서 손잡고 나아갈 수 있겠다,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이 드는 엄마였습니다. 엄마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세상이 몹시 궁금했던 걸까요? 뱃속에서 더 많이 품어주지 못한 채 아이들은 고작 1kg의 몸무게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엄마 뱃속에서의 일주일은 세상 밖의 일 년과 같아 뱃속에서 더 많이 성장해야 하지만, 아이들은 그럴 틈 없이 빨리 세상으로 나와 버린 것입니다. 아이들은 너무나 작고 미숙했습니다. 큰 울음 한번 쉬이 내뱉지 못하고 얕은 숨을 내쉬며 그렇게 아이들은 서로 다른 인큐베이터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울음 섞인 엄마의 밤샘 기도가 이어졌고, 아이들은 자신의 손가락 굵기만 한 호스를 몸 여기저기에 꽂고도 생명의 불씨를 지피기 위해 그 작은 몸으로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먼저 태어난 큰아이는 인큐베이터에서 점차 건강을 회복했지만, 작은아이는 엄마와 눈 한번 제대로 맞춰보지 못한 채 맥박, 혈압, 호흡 등이 떨어져 상태가 점점 나빠져만 갔습니다.매일같이 인큐베이터 앞에서 “우리 아가, 엄마가 대신 아플 수 있다면 내가 몇 날 며칠이고 대신 아플 텐데”라며 플라스틱 관을 하염없이 쓸어내리는 엄마의 목멘 소리가 턱턱 목에 엉기었습니다. 하지만 작은아이를 회복시키기 위한 온갖 치료와 노력도, 엄마의 기도도 소용이 없는 듯했습니다.새파랗게 질려가는 작은아이를 모두가 침묵 속 흐느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던 중 아이들을 돌보던 간호사가 과거에 접한 치료 사례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는 작은아이의 인큐베이터에 큰아이를 함께 나란히 눕혔습니다. 자칫하면 두 아이 모두 더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더는 지체할 수도, 더 이상의 방법도 없었기에 위험을 무릅써야 했습니다.               가슴을 졸이며 한 인큐베이터에 누운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그때, 큰아이가 천천히 팔을 뻗어 작은아이의 어깨를 감쌌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큰아이의 손길이 닿은 작은아이가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기 시작하며 작은아이의 맥박, 호흡 등 생명수치들이 정상수치로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마치 이 시간은 혼자 싸워야하는 게 아님을, 누군가 함께하고 있음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큰아이는 가만히 작은아이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 있었습니다.두 아이는 엄마의 뱃속에서 같이 이마를 맞대고 누워있던 것처럼 체온을 느끼며 서로를 의지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생의 의지와 기적의 경계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서로가 힘이 되어 견뎌냈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들은 천천히 성장하여 건강한 모습으로 엄마 품에 안길 수 있었습니다. 아주 작았던 아이들이지만 둘이 함께였기에 치열한 싸움을 강하고 끈질기게 이겨낼 수 있었나봅니다.       함께 한다는 것. 가장 위대한 힘이기도 합니다.     글·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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